[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팀이 흔들릴 뻔 했던 위기에서 벗어났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시티가 러셀 웨스트브룩(가드, 191cm, 90.7kg)과의 연장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계약조건은 계약기간 3년 8,500만 달러로 웨스트브룩도 이제 연간 2,6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대열에 들어섰다. 이제 어엿한 오클라호마시티의 간판이 된 것이다. 웨스트브룩의 잔여계약은 당초 다가오는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기존에 남은 계약(1년 1,777만 달러)을 파기하고 새로운 3년 계약을 안겼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웨스트브룩을 앉히면서 한시름 덜었다. 이번 오프시즌에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가 팀을 떠나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듀랜트가 나가면서 웨스트브룩의 거취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여겨졌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웨스트브룩마저 잃는다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웨스트브룩에게 새로운 연장계약을 안기면서 웨스트브룩과 좀 더 함께할 계기를 마련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샘 프레스티 단장의 수완이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비록 듀랜트가 나갔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연장계약을 통해 새로운 팀으로 변모할 준비를 마쳤다. 여러모로 이번 연장계약은 웨스트브룩은 물론 오클라호마시티 모두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에 웨스트브룩을 좀 더 붙잡으면서 향후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장계약에 대한 여러 의미와 이해관계를 파헤쳐 보고자 한다.
한 숨 돌린 오클라호마시티!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연장계약으로 일단 웨스트브룩의 이탈을 막았다. 듀랜트가 떠났을 당시를 떠올려보자. 듀랜트가 졸지에 팀을 떠나면서 오클라호마시티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제 웨스트브룩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만큼 그를 붙잡을 여지가 없다면, 곧바로 트레이드에 나서야만 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제임스 하든(휴스턴)과의 연장계약협상이 타결되지 못하자 곧장 그를 트레이드했다. 듀랜트와 지난 시즌까지 우승에 나섰고 그가 결정적으로 이적할지 몰랐던 만큼, 웨스트브룩을 놓친다면 하든의 경우처럼 재빨리 움직여야 했다.
당시 오클라호마시티를 두고 여러 이견이 많았다. 이번 오프시즌에 웨스트브룩 트레이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오클라호마시티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오클라호마시티는 시간을 두고 웨스트브룩과 향후 거취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막상 웨스트브룩을 데려가는 팀은 그를 반년만 쓰게 되는 위험이 있는 만큼 선뜻 트레이드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오클라호마시티에게는 여러모로 이번 여름에 적어도 1차적인 결단해야 했다.
트레이드를 할 것이었다면, 이번 여름에 실질적인 적기였다. 마감시한까지 간다면, 얼마나 많은 팀들이 좋은 조건으로 웨스트브룩을 원할지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이후 연장계약을 맺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은 가정에 불과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시간싸움을 펼쳐야 했다. 그만큼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웨스트브룩의 향후 행보는 상당히 중요했다. 팀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인 만큼 웨스트브룩이라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잡을지가 주목됐다.
그 때 오클라호마시티와 웨스트브룩이 연장계약협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The Vertical』의 애드리언 워즈내로우스키 기자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시티가 다음 시즌부터 시작하는 연장계약을 제시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웨스트브룩은 오클라호마시티에 좀 더 남기로 했다. 다음 시즌 연봉은 기존의 연봉에서 약 1,000만 달러가 더 늘어났다. 계약 마지막 해 연봉은 무려 3,060만 달러로 웨스트브룩도 3,000만 달러 대열에 들어설 채비를 마쳤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듀랜트를 잡지 못했기에 샐러리캡의 여유가 충분했다. 웨스트브룩과의 연장계약 전까지 약 9,000만 달러의 캡을 소진한 만큼 웨스트브룩에게 몸값을 더 올려주고도 남았다. 무엇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연장계약으로 최소 2017-2018 시즌, 최대 2018-2019 시즌까지 웨스트브룩을 앉히게 됐다. 웨스트브룩마저 놓쳤다면, 팀의 모든 근간이 바뀌어야 했을 위기는 넘어선 것이다. 이제 오클라호마시티는 엄연한 웨스트브룩의 팀으로 탈바꿈했다.
내년 여름을 준비한 썬더!
웨스트브룩의 이번 연장계약에는 선수옵션이 삽입되어 있다.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이적시장으로 나갈 옵션이 들어있다. 이를 계산해 보면 실질적인 1년 연장계약이다. 웨스트브룩이 2018년 여름에 FA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장계약은 오클라호마시티에게 돛을 바꿀 수 있는 큰 계기가 됐다. 이미 오클라호마시티에는 에네스 켄터, 알렉스 아브리네스, 카일 싱글러까지 단 세 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의 계약이 만료된다. 캐머런 페인, 미치 맥게리, 조쉬 허스티스는 신인계약의 팀옵션에 잡혀 있다. 유동적으로 계약이행을 오클라호마시티가 정할 수 있다.
즉, 오클라호마시티가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소한의 재원인 페인까지 포함하더라도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FA가 된다. 오클라호마시티가 내년 오프시즌에 대형 FA들을 노릴 수 있는 여건은 이전부터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슈퍼스타가 있어야만 다른 자유계약선수들을 불러들일 사전조건이 갖춰지게 된다. 무엇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내년 여름에 블레이크 그리핀(클리퍼스)를 당연히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클라호마주에서 나고 자란 그리핀은 내년 여름에 FA가 된다. 지난 시즌 도중에도 그리핀과의 소문이 나돌았고, 듀랜트가 떠난 이후 오클라호마시티가 그리핀을 불러들여 전력을 꾸릴 것이라는 소식도 흘러나오곤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웨스트브룩이 있는 상황에서 그리핀까지 들어온다면 추가적으로 외적인 다른 선수들까지 영입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성사된다면, 오클라호마시티가 내년 여름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도 대권주자 대열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웨스트브룩의 연장계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남은 계약기간 1년을 2년으로 늘린, 냉정하게 1년 더 늘인 계약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오클라호마시티는 당장 전력누수 최소화는 물론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우승후보로 올라 설 수 있는 채비를 갖추게 됐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여름에 듀랜트를 잡는다면, 알 호포드(보스턴)까지 불러들일 나름의 복안을 갖고 있었다. 결과론적으로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내년 여름에 다시 이를 추진해 볼 수 있다. 비록 호포드는 다른 곳에 새둥지를 틀었지만, 듀랜트는 다시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듀랜트가 오클라호마시티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듀랜트의 유무에 상관없이 오클라호마시티가 적어도 BIG3는 꾸릴 수 있는 총알을 두둑이 갖게 됐다. 듀랜트가 온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럴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꼭 2017년 여름에 그리핀을 포함한 선수들을 불러들이지 않아도 된다. 2018년에 웨스트브룩이 이적하는 것보다 잔류할 때 더 큰 계약을 따낼 수 있다면, 굳이 이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 2018년 여름에도 엄청난 선수들이 이적시장으로 쏟아진다. 드마커스 커즌스(새크라멘토)를 필두로 데릭 페이버스(유타) 등 내로라하는 센터들이 FA가 된다. 오클라호마시티가 굳이 서두르지 않고, 2017년 여름에 그리핀을 잡은 뒤 이후 커즌스를 붙잡아도 된다(가능하다면). 오클라호마시티로서는 순차적이든 급진적으든 팀의 전력을 살찌울 여지를 마련한 것이다.
고작 1년 연장계약이지만, 웨스트브룩의 잔류여부를 두고 향후 2년 연장(1+1)계약을 통해 다시 이적시장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다. 이번 연장계약이 없었다면, 시즌 내내 웨스트브룩과의 실질적 1년 연장계약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애당초 1년이라도 더 계약기간을 늘이면서 오클라호마시티가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이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이번 연장계약을 통해 챙긴 이득은 그만큼 많다.
웨스트브룩에게는 당연히 큰 이득!
웨스트브룩은 당장 다음 시즌 연봉부터 끌어올리면서 이번 연장계약의 수혜자가 됐다. 내년 여름에 FA가 되는 것보다 그에게는 후년에 이적시장에 나가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2018년 여름에 자유계약선수가 된다면, 그는 10년차가 됐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최고수준의 계약을 끌어낼 수 있다. 듀랜트도 이번에 실질적 1년 계약(1+1)을 맺은 이유가 내년 여름에 10년차 최고대우를 받아내기 위함이다. 웨스트브룩도 마찬가지. 웨스트브룩이 2018년에 이적시장에 나갈 때, 그는 10년차 최고대우를 수령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적시장에 나가기에 앞서 연간 2,6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게 됐으니, 그에게도 크나 큰 이익이다.
만약 웨스트브룩이 이번 연장계약에 합의하지 않고, 이적시장에 나가 오클라호마시티나 다른 어느 곳에서든 1+1 계약을 체결하고 이적시장에 나가더라도 지금 오클라호마시티의 연장계약을 받고 향후 FA가 되는 것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된다. 당장 이번 시즌 연봉에서 차이가 오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웨스트브룩도 자신이 FA가 됐을 때보다 좋은 조건에서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오클라호마시티의 주득점원은 단연 웨스트브룩이 됐다. 2018년 여름에 오클라호마시티가 엄청난 행보로 그리핀을 포함한 다수의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더라도 오클라호마시티의 간판은 단연 웨스트브룩이 될 것이 유력하다.
내년 여름에 오클라호마시티가 스타 선수들 규합에 성공한 이후, 그는 2018년 여름에 오클라호마시티와 연 3,000만 달러 수준의 최고대우 계약(1억 5,000만 달러 수준)을 맺을 수 있다. 하물며 샐러리캡이 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샐러리캡이 1억 달러를 상회한다면, 웨스트브룩이 챙기는 10년차 최고대우 계약의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지난 2011년 맺은 노사규약(CBA)에 의거해 구단에서 한 명만 샐러리캡의 35%에 해당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만큼 웨스트브룩은 소위 돈방석에 안고도 남은 계약을 끌어낼 수 있다. 이만하면 적어도 3,5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수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듀랜트가 나가면서, 오클라호마시티팬들의 웨스트브룩에 대한 애정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프랜차이즈스타로 남게 된 점도 사뭇 긍정적이다. 듀랜트는 오클라호마시티에 많은 기여를 하고도 다음 시즌부터 방문 즉시 엄청난 야유세례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웨스트브룩은 지역팬들의 엄청난 환호와 마주하게 된다. 승부처에서 실책 하나 두 개 즈음 쏟아내도 이제는 세금과 같은 것으로 이해할 것으로 짐작될 정도다. 웨스트브룩은 이번 연장계약을 통해 돈과 명예 모두를 거머쥐게 됐다.
사진 = NBA Media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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