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케빈 듀랜트(포워드, 208cm, 108.9kg)가 이번 오프시즌에 팀을 옮겼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듀랜트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향했다고 전했다. 그는 골든스테이트와 계약기간 2년 5,430만 달러의 계약에 합의했다. 다가오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이후 이적시장에 나갈 수 있는 선수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가뜩이나 전력이 좋은 골든스테이트는 듀랜트를 데려오며 가장 압도적인 팀으로 거듭났다.
듀랜트가 골든스테이트를 택한 이유는 바로 우승이다. 지난 시즌, 듀랜트가 이끄는 오클라호마시티는 우승 도전을 노렸다. 서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 무려 67승을 거둔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침몰시켰고, 서부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73승을 수확한 골든스테이트와 대적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시리즈 첫 네 경기만에 3승을 선취하며 파이널 진출에 대한 등불을 밝혔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내리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지난 시즌에도 서부 정상조차 밟지 못했다. 듀랜트의 이적이 충격적인 이유는 불과 얼마 전까지 대권 경쟁을 하던 구단으로 이적했다는 점이다. 오클라호마시티를 응원하는 팬들은 이미 듀랜트의 이적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흡사 지난 2010년 클리블랜드에서 일어났던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다.
듀랜트는 왜, 잔류가 아닌 이적을 택했을까. 답은 바로 나온다. 우승 때문이다. 역대 선수들과의 1차적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승여부가 단연코 중요하다. 듀랜트는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스테픈 커리가 있는 골든스테이트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듀랜트는 2년 계약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을 받아냈다.
듀랜트가 썬더에 바랐던 점
듀랜트와 오클라호마시티는 알 호포드(보스턴 이적) 영입을 통해 전력을 좀 더 공고히 하길 원했다. 듀랜트를 필두로 러셀 웨스트브룩과 호포드까지 포진하는 BIG3 구축을 바랐다. 오클라호마시티도 호포드를 포섭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호포드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에네스 켄터는 물론이고 추가적으로 카일 싱글러와 같은 장기계약자들을 처분해야 했다. 때마침 다른 선수들이 샐러리캡 상승을 이유로 너나 할 것 없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계약을 받아들이는 만큼 켄터와 싱글러의 계약은 시장가에 비해 과한 계약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일이 촉박한 감이 없지 않았다. 보스턴 셀틱스도 듀랜트 영입전에서 마지막까지 어깨를 비볐던 팀이다. 보스턴이 트레이드를 통해 지미 버틀러(시카고)를 불렀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보스턴은 버틀러 트레이드에 실패했다. 보스턴이 호포드에게 최고 대우를 안기면서 붙잡았지만, 사실상 듀랜트 영입전에서 빠진 것이라 봐야 한다. 오클라호마시티와 골든스테이트가 좀 더 전력이 잘 구축된 상태였다.
호포드가 보스턴행을 결정지은 이면을 들여다보면 호포드는 비제한적 자유계약선수로서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계약에 서명할 수 있다. 오클라호마시티로 들어간 이후, 추후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이 켄터 등을 내보내면 된다. 하지만 첫 번째로 호포드의 오클라호마시티 입성이 선행되지 않았다. 듀랜트가 호포드의 SNS를 팔로우하는 등 관심을 드러냈지만, 결국 이는 일장춘몽에 그쳤다.
호포드 입장에서 보면 듀랜트가 오클라호마시티에 좀 더 장기간 눌러앉길 원했을 공산이 크다. 그는 신인계약이 만료된 이후 애틀랜타 호크스와 연장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적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이 호포드의 사실상 첫 이적시장 진입이다. 9년차인 호포드가 10년차 최고 대우 계약을 노리는 선택을 했어도 됐지만, 시장가가 크게 오른 만큼 그는 애당초 장기계약을 원했다. 호포드 자신이 장기계약을 바라는 만큼 듀랜트가 오클라호마시티에 눌러 앉길 바랐다.
하지만 듀랜트는 2년 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선수옵션이 포함되어 있는 계약(1+1)을 통해 내년 여름에 10년차 최고 대우를 노리겠다는 방안이었다. 호포드는 이 부분에서 주저한 것으로 포착된다. 무엇보다 듀랜트는 웨스트브룩의 의중을 엿봤다. 웨스트브룩이 내년 여름에 이적시장에 나오는 만큼 오클라호마시티 잔류여부를 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듀랜트는 이 때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브룩이 잔류여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면, 듀랜트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즉, 2년 계약(사실상 1년)을 원하는 그가 웨스트브룩의 답변을 고려하고, 장기계약을 원하는 호포드의 의사를 수렴했을 때 접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듀랜트와 오클라호마시티가 바랐던 BIG3 구축이 결국 수포로 돌아갈 지경에 이르렀다. 이윽고 호포드는 보스턴 셀틱스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듀랜트가 이적한 이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시티의 샘 프레스티 단장은 호포드의 계약을 충분히 노릴 수 있었다고 시사했다. 시기가 정확히 들어맞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결국 호포드가 오클라호마시티에 안착하지 못했고, 웨스트브룩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 다소간 모호한(혹은 긍정적인 답변이 아닌) 결정을 하면서 듀랜트가 장고 끝에 이적을 택한 것으로 유추된다.
한편,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즌이 끝난 직후, 트레이드를 통해 서지 이바카를 내보내고 빅터 올래디포를 영입했다. 기량이 하락한 이바카를 대신해 당장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를 끌어왔다. 2016 1라운드 티켓도 받아냈다. 지난 시즌 막판에 나름의 활약을 펼쳤던 디언 웨이터스와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뜻을 표명한 것이다. 웨이터스보다 훨씬 어린 가운데 벤치 공격을 그래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올래디포의 영입은 오클라호마시티가 추가적인 행보를 취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후 어떤 거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바카가 나갔다면 다른 선수의 영입을 통해 골밑 전력을 공고히 하는 것도 필요했다. 다만 그럴 여지가 없진 않았을까. 듀랜트가 이적하지 않기 위한 모든 계획을 세워야 했고, 이후 다른 선수들의 영입에 대해 역설해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행보가 아니다. 제 아무리 프레스티 단장이 알짜 거래만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시일이 촉박했던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웨스트브룩 대신 커리를 택하다
지난 시즌 막판, 오클라호마시티는 유달리 많은 역전패를 당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4쿼터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해석하면, 플레이오프에 돌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단행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오클라호마시티의 빌리 도너번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널을 뛰는 듯, 시리즈는 물론 경기 상황에 따라 유효적절한 전략을 꺼내들며 상대를 요리했다. 시즌 내내 많은 시간 중용하지 않았던 켄터를 샌안토니오와의 시리즈에서 전격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물론이고 플레이오프, 더 나아가 듀랜트와 웨스트브룩이 여덟 시즌을 함께 하는 동안 웨스트브룩은 엄청난 실책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시즌에만 누적 342개의 실책을 저질렀으며, 이는 개인통산 가장 많은 단일 시즌 실책 개수다. 지난 일곱 시즌 동안 모두 최다 실책 5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실책 1위도 두 차례 차지했는가 하면, 지난 시즌에도 어김없이 실책 부문에서 2위에 자리했다.
웨스트브룩이 공격에서의 폭발력을 지니고 있고, 최근 두 시즌 들어서는 리그 최고의 트리플더블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만큼 웨스트브룩이 볼을 많이 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듀랜트가 양보 아닌 양보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듀랜트가 마지막 공격시도를 위해 정면에 올라왔을 때도 조금은 부딪히는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이처럼 양날의 검인 웨스트브룩은 지난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경기 막판에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쏟아냈고, 그의 실책은 상대 득점으로 연결됐다.
# 웨스트브륵과 커리의 지난 시즌 기록!
러스 80경기 34.4분 23.5점(.454 .296 .812) 7.8리바운드 10.4어시스트 2.0스틸 4.3실책
스텝 79경기 34.2분 30.1점(.504 .454 .908) 5.4리바운드 6.7어시스트 2.1스틸 3.3실책
반면 커리는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지난 파이널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2시즌 정규시즌 MVP에 선정된 리그 최고의 선수다. 그는 정규시즌에서 경기당 33분여만 뛰고도 평균 30점 이상을 뽑아냈다. 동작이 상당히 간결하다. 실책도 적다. 그의 지난 시즌 누적 실책은 262개. 웨스트브룩보다 80개가 적은 수치다. 경기 운영적인 측면에서 웨스트브룩보다는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커리 옆에는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 션 리빙스턴처럼 경기운영에도 능한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어 커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부분도 있다. 또한 볼이 있을 때만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 볼이 없을 때의 유효적절한 움직임을 통해 공격에 나서기도 한다. 폭발력과 다재다능함에서는 웨스트브룩이 앞선다고 볼 수 있지만, 상대적인 효율성에서는 커리가 한 수 위라 볼 수 있다. 언제 터져도 무방한 3점슛을 감안하면 커리의 파괴력이 웨스트브룩에 뒤진다고 단언할 수 없다.
골든스테이트를 택했더니 커리가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커리가 있는 골든스테이트로 간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골든스테이트가 좀 더 좋은 팀이고 우승확률에서 앞서 있는 안정된 팀이라는 것이다. 지난 시즌 73승을 거둔, 올스타 4명(그 중 3명이 2016 올스타)이 포진하고 있는 곳을 택한 것이다. 심지어 MVP도 있다. 결국 듀랜트는 웨스트브룩이 있는 오클라호마시티보다 골든스테이트의 터줏대감인 커리가 있는 곳을 택한 것이라 봐야 한다.
2016년 여름, 새로운 골드러쉬의 시작!
분명한 것은 듀랜트의 골든스테이트행이 무서운 이유는 자리가 꽉 잡힌 팀에 때마침 들어갔다는 점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시즌 개막 전에 해리슨 반스에게 연장계약을 제시했다. 계약기간 4년 6,400만 달러의 조건이었다. 당시 시가로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연간 1,6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 하지만 반스는 샐러리캡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골든스테이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난 결승에서 삽질은 고사하고 중장비를 데려왔다. 골든스테이트는 2연패에 실패했다. 반스의 가치는 파이널 이후로 떨어졌다.
예상대로 반스는 이적시장으로 나갔다. 그러나 듀랜트가 골든스테이트와 오클라호마시티를 두고 고심한 끝에 골든스테이트를 자신의 행선지로 낙점했다. 골든스테이트는 반스가 연장계약을 걷어차 준 덕(?)에 듀랜트가 들어왔다. 포지션도 같다. 듀랜트의 영입으로 골든스테이트는 엄청난 공격력과 함께 높이를 더했다. 지난 시즌 평균 28점+ 7리바운드+를 기록한 선수는 듀랜트가 유일하다. 28점+ 7리바운드+ 필드골 성공률 50%+를 3회 이상 엮어낸 이도 현역들 중에서는 듀랜트만 기록한 바 있다.
반스가 지난 시즌 기록한 것과는 양은 물론이고 질적인 차원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을 선수가 들어왔다. 듀랜트가 지난 시즌 반스처럼만 활약해도 골든스테이트는 무리 없이 65승 정도는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물며 듀랜트는 반스보다 득점력을 필두로 리바운드에서도 기여해 줄 수 있다. 그 외 그가 가져다주는 반사이익까지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즉, 반스의 연장계약 거절이 듀랜트의 합류로 귀결됐다. 이런 천운이 있을까.
# 듀랜트와 반스의 지난 시즌 기록!
듀랜 72경기 35.8분 28.2점(.505 .387 .898) 8.2리바운드 5.0어시스트 3.5실책
반스 66경기 30.9분 11.7점(.466 .383 .761) 4.9리바운드 1.8어시스트 0.9실책
듀랜트가 골든스테이트에 들어가자마자 노장들이 골드러쉬를 선언했다. 골든스테이트는 듀랜트를 데려오면서 앤드류 보거트를 트레이드했다. 보거트가 지난 파이널에서 부상으로 아쉽게 이탈한 부분에 대해 적잖이 실망한 것. 무엇보다 듀랜트를 데려오기 위해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그를 내보내기로 결단했다. 보거트보다 몸값이 싼 센터를 구하겠다는 뜻이었다. 골든스테이트의 밥 마이어스 단장은 듀랜트와의 계약을 끌어낸 직후, 곧바로 자자 파출리아를 붙잡았다(1년 290만 달러). 잔여 샐러리캡이 약 400만 달러 남짓 남은 가운데 보다 적은 금액을 활용해 파출리아를 데려왔다.
파출리아 영입으로 센터자리를 확실하게 채웠다. 파출리아는 지난 시즌 초반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발휘한 바 있다. 보거트보다 좋은 센터라 보기는 힘들지만, 내구성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뒤이어 데이비드 웨스트가 골든스테이트와 계약했다. 웨스트는 지난 여름에 최저 연봉을 받으며 샌안토니오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에는 골든스테이트로 들어온 것. 파출리아와 웨스트가 들어오면서 당장 주전 센터를 확보했고, 백업 빅맨까지 수혈했다. 이만하면 그린과 듀랜트까지 있는 골든스테이트가 안정된 인사이드를 구축했다.
노장 및 알짜배기 선수들이 추후에 샌프란시스코로 향할 여지는 더욱 더 크다. 이제 선수단의 절반 정도가 찼을 정도. 골든스테이트는 아직 예외조항을 아직 활용하지 않았다. 이마저 활용한다면, 좀 더 나은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다. 다만 준척급 선수들이 모두 각 소속팀에 뿌리를 내렸지만, 아직 남아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수준급 전력감을 더 데려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듀랜트의 골든스테이트행은 그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리그의 지형이 졸지에 뒤바뀌었으며, 지난 시즌 서부 정국을 정립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듀랜트 잔류만을 쳐다본 탓에 졸지에 우승후보군에서 이탈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당장 팀의 방향을 두고 재설정해야 하는 과정에 직면했다.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리그의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의 전력을 구축했다. 흡사 르브론 제임스를 비롯한 BIG3가 이끌던 마이애미 히트보다 더한 팀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NBA는 모른다. 당시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던 마이애미도 BIG3 구축 첫 시즌에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2연패를 달성했지만, 지난 2014년에 우승에 또 실패했다. 듀랜트를 품었다고 골든스테이트가 무조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73승을 거두고도 우승에 실패한 팀이 골든스테이트다. 하물며 다른 팀들에게 급작스런 업셋을 당할 수도 있는 등, NBA 플레이오프에서는 적은 빈도지만, 이변이 일어나기도 한다. 골든스테이트의 우승 확률이 높을 뿐이다. 속단은 이르다.
사진 = NBA Media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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